
나는 물론, 내 형제들의 하루 일과는 온종일 디깅(diggin’)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종일 디깅을 하는 이유는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혹은 남들이 알고 있지 못한 것을 먼저 접하고 받아드린 이후, 그것을 남들에게 Exclusive하게 보여줌으로써 생기는 ‘자극과 진화’라는 이론과 실제를 통해 느끼는 황홀한 오르가슴 때문일 것이다.
힙합의 원천적인 매력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행동에서부터 시작하기에 느낌 있는 친구들은 남들과는 다른 신선한 것을 찾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디깅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음악이면 음악, 패션이면 패션, 스타일이면 스타일, 태도면 태도, 디깅에 대한 경계선은 없으며 힙합을 아우르는 모든 분야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디깅없는 힙합은 힙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힙합의 첫 움직임이 생겼던 70년대 초부터 오늘날까지 디깅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매일같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며 한우물만을 파는 내 형제들 중 한 명인 김찬희(a.k.a. Chanyc)가 어느 날 70,8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을 했었던 제1호 힙합 사진작가 조 콘조(조 콘조)와 관련된 행사를 우연히 디깅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조 콘조의 새로운 책 [Born in the Bronx]의 출판을 기념하는 축하 파티였던 것이다. 파티 게스트 라인업으로는 힙합의 아버지이자 ‘Universal Zulu Nation(유니버셜 줄루 네이션)’의 리더인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 70,80년대 플라이어들을 거의 독점적으로 디자인했던 버디 에스콰이어(Buddy Esquire), 그리고 그랜드마스터 플래시(Grandmaster Flash)의 제자이자 디제잉에서 필수불가결의 테크닉인 ‘Scratch(스크레치)’를 최초로 만든 그랜드위자드 띠어도어(Grandwizard Theodore), 최초의 푸에르토리코인 디제이 디스코 위즈(Disco Wiz), 콜드크러쉬 브라다스(Cold Crush Brothers)의 그랜드마스터 캐즈(Grandmaster Caz), JDL,디제이 토니 톤(DJ Tony Tone), 그리고 트레쳐러스 쓰리(The Treacherous Three)의 L.A 선샤인(L.A. Sunshine) 등등 형님들이 총출동했다. 이 흥분되는 느낌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주머니가 텅 빈 빈털터리로 경제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던 나로서는 대출로 무리해서라도 떠나는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그렇게 감행을 했다. 그래서 가장 저렴하기로 소문난 ‘□□ 여행사 알뜰항공권’을 구매해 무작정 뉴욕으로 향했다.

행사 날 아침(2008.02.06), 두근거림에 난 잠을 설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에 안타깝게도 나와 함께 할 수 없었던 형제들의 몫까지 느끼고 배우고 나누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아마도 더욱 긴장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름 좋은 소식 하나 정도는 가지고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에 이른 아침서부터 비장하게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大형님들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한시라도 서둘러서 행사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정해진 숙소 없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온 나에게 서슴없이 자신의 기숙사 방을 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동생 JKEY(Complex magazine 인턴기자)와 함께 떠나기 위해 오후에 출발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행사장인 브롱스 미술 박물관(The Bronx Museum of the Arts)에 도착한 시각은 5시였다. 조 콘조 형님의 파티에다 이런 초호화 캐스팅이라면, 어떻게든 박물관을 먼저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을 터인데, 이게 웬걸. 아무도 없었다. 고백하건대, 많이 당황이 됐다. 물론, 행사 시작이 6시라 한 시간 이르게 도착해서 인 것도 있겠지만, 30분, 40분, 50분이 지나도 그 어떤 관람객도 나타나지 않아 천편일률적으로 거대하게만 바라보았던 大형님들의 명성에 약간의 상처가 될까 우려가 되었다. 그래서 “여기서 하는 게 아니었나 봐. 우리가 잘못 찾아온걸 거야.”라며 도리어 우리 스스로를 의심하며 정확한 장소를 수소문하려던 도중, 디제이 토니 톤이 우리 앞을 스윽~ 지나가는 것이었다. 하하. 너무 편안한 차림새로 느긋하게 박물관으로 들어가시는 걸 보고 난 마음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여기 맞는구나! 올 것이 왔어!’

6시 정각. JKEY와 나는 바로 박물관 안으로 침투했다. (이번 조 콘조형님의 행사는 브롱스 자치구에서 브롱스 시민들을 위해 여는 문화 행사였기 때문에 모든 관람객이 무료입장이었다. 브롱스 미술 박물관은 매주 수요일마다 이런 문화 이벤트를 가진다고 한다.) 박물관으로 들어서자 트레쳐러스 쓰리의 “Feel the Heartbeat”이 2층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바로 뛰어 올라 가보니 2층이 바로 그 행사장이었고, 대략 분위기는 파티 준비를 마무리하는 분위기였다. 행사장에서 내 눈이 제일 먼저 돌아갔던 곳은 단연 디제이 장비들이 세팅되어 있던 방면, 투 턴테이블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 형님은 다름 아닌 디제이 디스코 위즈. 오 마이 갓! 그 옆에는 ‘legendary’ 그랜드위자드 띠어도어와 조 콘조 형님께서 행사 시작에 앞서 관계자들에게 먼저 자신의 책을 사인해주고 계셨다. 마음 같아선, 바로 달려가서 다이하드 팬처럼 옷자락을 붙잡고 “정말 뵙고 싶었어요 형님들!” 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세 분 다 분주해 보이셔서 난 얌전히 음악과 샴페인을 즐기며 행사장 메인에 배치된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사진들을 구경하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자 대형님들께서 속속 등장하셨다. 불과 몇 분 전에 텅 비어 있던 행사장이 10분 사이에 사람들로 꽉 차기 시작했다. 아마도 날이 추워서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꺼렸는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제시간에 맞춰서 나타난 것이다. 형님들도 관람객도 말이다. 하하. 이것이 정녕 ‘NY state of mind’이란 말인가.

아무튼, 행사장 곳곳이 ‘lights.camera.action’이었다. 모두가 사진 촬영하기 바빴고 대화를 나누기 바빴고 大형님들은 사인해주기 바빴다. 게다가 예정에 없던 형님들(이날 깜짝 등장 게스트는 바로 트레쳐스 쓰리의 Special K와 불멸의 히트곡 “Catch the Beat”의 주인공 T Ski Valley,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이미 한 번 뵌 적이 있는 Jazzy Jay였다.)까지 행사장에 오셔서 파티는 급속도로 불이 붙어버렸다. 사실상 필자는 그랜드마스터 캐즈 형님과 이미 친분도 있고 행사장에 오기 전에도 여러 번 메일을 주고받아서 이번에 여러모로 많이 챙겨주실 줄 알았지만, 막상 생각보다 반겨주시지 않아서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필자의 새로운 뮤직비디오 “the Hypnotize”에 대해 극찬을 해주셔서 나름 위안을 삼았었다. 그리고 슈퍼맨 아이비(Superman Ivy)의 앨범 속지에 나와있는 자신의 모습이 매우 흡족하셨는지, 갑자기 다른 대형님들에게 필자를 소개하며, 앨범을 한 장씩 전해 드리는 것이었다. 그렇다. 앞서 언급 하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나의 싱글 CD를 비롯해 슈퍼맨 아이비 티셔츠, 리버스크루 DVD, 소울스케이프의 [the Sound of Seoul]을 많이 챙겨갔었던 것이다. 이번 소개의 장이 기회이다 싶어서 평소에 가져왔던 궁금증과 형님들의 근황, 그리고 한국에서 만들고 있는 우리의 움직임(brand new old school)까지 알려 드리면서 형님들을 괴롭혀서 염치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온단 말인가! 아니, 반대로 형님들은 오히려 필자를 매우 좋아하셨다.

사실 그 행사장 안엔 동양인이라곤 딱 4명밖에 없었는데, 그 중 한 녀석이 자신들에 대해 알고 있고, 오랜 시간 쌓인 회포를 풀려는 느낌을 형님들도 감지하셨는지, 필자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성심 성의껏 답변해주셨다. 고맙게도, 스페셜 K형님께서 스페셜한 형님답게 각별히 신경을 써주셨다. 필자를 다시금 형님들 한 분 한 분께 제대로 소개시켜 주시며, 심지어 행사장에 있는 아리따운 여인까지 꼬셔(?)주려고 하셨다. 하하. 그렇게 파티는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디스코 위즈 형님에 이어 그랜드위자드 띠어도어 형님께서 쇼케이스 믹스를 하셨고, JDL형님과 G.M.캐즈 형님께서 그 음악 위에 호스트를 보고, 모든 사람은 어느새 한 가족처럼 웃고 떠들며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신나는 믹스 위에 형님들께서는 춤을 추기 시작하셨고, 필자 역시도 비보잉을 하며, ‘O.G.(Original Gangster, 대형님들을 일컫는 용어)’들과 호흡을 했다. 행사장을 들어서기 전에 가졌던 두려움, 혹은 떨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정말이지 모두가 내 삼촌들처럼 포근하고 따뜻했고, 그들 특유의 훵키함과 정겨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형님들간에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는지, “이봐 L.A. 선샤인, 너의 춤은 한물갔구나. 비보잉하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깐 무리하지 말라구!”, “됐네 이 사람아(G.M. Caz). 너는 지금 뚱뚱해진 릭 제임스(Rick James)와도 같다구!”라면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한없이 즐거워 보였다.

그들은 진실로 형제들이었고, 친구들이었고, 동료들이었고, 서로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인생의 동반자들처럼 보였다. 필자는 대형님들과 짧은 시간을 통해, 그들이 말하고 전하는 ‘love & respect’를 직접 느끼고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힙합에 대한 믿음은 가장 늦게 도착한 아프리카 밤바타를 보면서 더더욱 단단해졌다. 대형님들은 실로 밤바타 형님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 보이지 않는 존경의 물결이 흐르는 가운데, 밤바타 형님은 조 콘조 형님의 파티를 축하하는 케이크를 선물하시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들은 행사 마지막으로 피날레 단사(단체사진)를 거행했다. 다들 오랜만에 부대끼며 사진 찍는 것이 즐거웠는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위해 포즈를 취해주셨다. 그리고 비록 시대도 바뀌고 전성기도 물 건너간 그들이지만, 대형님들은 여전히 훵키하고, 건재했다.
지난해만 해도 ‘2007 Rock & Roll Hall of Fame’에서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 the Furious 5)를 ‘Hip-Hop Honor’로 임명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형님들은 아직까지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다. 5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형님들께서 지금 이 순간까지 ‘Hip-Hop and you don’t stop’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는 것이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진실로 형님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필자가 느낀 바는 형님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열심히 오래오래 한 우물만을 디깅해야겠다는 것이다. 디깅만이 살 길이고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Keep diggin’!

2.Grandwizard Theodore
3.Jazzy Jay
4.Pop Master Fabel

2. Special K
3. DJ Disco Wiz
4. Grandmaster Caz

기사작성 / RHYTHMER.NET JAZ(MC/Contributor)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